감성 에세이

책을 읽고 바뀐 소비 습관 혹은 생활 방식

날아라날아라행복 2025. 6. 30. 14:16

독서가 삶에 스며드는 방식에 관하여

책이 삶을 바꾸는 방식 –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어지다


사람들은 흔히 독서를 ‘정보 습득’으로 오해하지만, 사실 독서의 진짜 힘은 사람을 바꾸는 데 있다.
그 변화는 과장되거나 거창하지 않다.
오히려 너무 작아서 당장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.
하지만 그 변화는 어느 순간 우리 삶의 가장 구체적인 층위, 즉 ‘소비 방식’과 ‘생활 루틴’을 바꿔놓는다.

내가 무심코 해왔던 소비, 버릇처럼 반복하던 지출 습관, 시간을 흘려보내던 생활 패턴이
한 권의 책을 기점으로 점점 다르게 설계되기 시작한 경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.

소비를 다시 배우다 – 『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』


이 책은 단순한 ‘정리 에세이’가 아니다.
일본의 전직 쇼핑 중독자였던 저자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‘소유 중심’에서 ‘존재 중심’으로 바꾸었는지에 대한 진지한 실천기이자 철학적 전환서에 가깝다.

내가 이 책을 읽고 처음 실천한 것은 ‘하루 한 물건 버리기’였다.
매일 하나씩, 단 한 개라도 버린다는 단순한 행동이 어느 순간 내가 물건을 사기 전, ‘이건 정말 나한테 필요한가?’를 묻는 내적 습관으로 이어졌다.

그 결과 세일에 덜 흔들리게 되었고, 집이 넓어지진 않았지만 공간에 여유가 생겼으며, 불필요한 소비가 줄고 지출 구조가 명확해졌다.
무엇보다도, 감정이 소비에 휘둘리는 순간이 현저히 줄었다.
한번 더 생각하기. 그걸 실천한 것이다.

공간이 나를 말해준다 – 『심플하게 산다는 것』


프랑스식 미니멀리즘은 일본식과 달리 절제보다 ‘감각’을 강조한다.
‘좋은 것을 조금 갖고 오래 쓰자’는 이 접근은 나에게 소비의 질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.

과거엔 가성비, 갯수 중심의 쇼핑을 했지만 이후엔 감성비,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.
예를 들어, 5만원짜리 원피스 4개 대신 15만원짜리 정말 입고 싶은 옷 1개를 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.

이후부터는 브랜드보다는 재질과 디자인의 철학을 먼저 보게 되었고, ‘빨리 버리는 소비’보다 ‘오래 쓰는 선택’을 추구하게 되었다.
유행을 따르기보다는 나만의 취향을 중심으로 소비하며, 집 안에 있는 것들 하나하나가 더 애착 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.

시간도 소비다 – 『에센셜리즘』


이 책을 읽고 ‘시간’도 하나의 소비라는 걸 처음 깨달았다.
그동안은 돈을 아끼는 데만 집중했고,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는 전혀 돌아보지 않았다.

『에센셜리즘』 이후로 생긴 내 변화는 시간을 계획할 때 ‘왜 하는가’보다 ‘왜 안 해도 되는가’를 먼저 따지게 된 것이다.
예전엔 할 일 리스트를 가득 적어놓고 지치곤 했지만, 지금은 정말 중요한 일 몇 개에만 집중한다.

그 결과 SNS, 쇼츠 영상 시청 시간이 줄었고, 주간 단위로 ‘나를 위한 시간’을 확보하게 되었다.
또한 ‘지금 이 선택이 나에게 본질적인가?’를 스스로 묻는 습관이 생겼으며, 남의 기대보다 내 우선순위에 집중하는 태도가 자리 잡았다.

식사 습관이 바뀌면 생각이 달라진다 – 『먹는다는 것은』


이 책을 읽고 처음 ‘소비는 생태적 행동’이라는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.
내가 먹는 것 하나가 누군가의 환경, 경제, 노동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이해한 이후 나는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소비를 바꾸는 출발점이라는 걸 체감하게 되었다.

지금은 가공식품보다는 자연식을 우선하고, 다이어트보다 ‘몸을 존중하는 식사’를 실천하려 한다.
또한 환경을 고려한 소비로 연결되면서 배달음식 대신 직접 요리하고, 지역 시장을 더 자주 찾게 되었다.

비록 식비는 소폭 증가했지만, 건강과 만족도는 훨씬 높아졌고, 무엇보다 식사 준비 자체가 감정 회복의 시간이 되었다.

독서가 준 소비 태도 변화 – 루틴으로 정착된 과정


한 번의 독서로 모든 게 바뀐 건 아니다.
그러나 중요한 건 다음과 같은 순환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점이다.

첫째, 책을 통해 내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 인식하게 된다.
(예: 충동구매, 정리 못하는 습관, 시간 낭비 등)
둘째, 책에서 제시한 간단한 실천법을 소규모로 적용해본다.
(예: 하루 한 물건 버리기, SNS 알림 끄기 등)
셋째, 작지만 확실한 변화 경험이 생기면 그것이 일상 루틴으로 확장된다.
마지막으로, 이 모든 경험이 다음 책을 고르는 기준이 되며 독서 → 실행 → 반복의 선순환이 이어진다.

결국 독서는 단순히 ‘좋은 책 읽기’가 아니라 ‘나를 설계하는 과정’이 된다.

소비를 줄이면 감정이 정리된다 – 가장 놀라운 부수효과


가장 의외였던 변화는 감정이 정돈된다는 점이었다.
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, 공간을 정리하고, 시간을 내 중심으로 재설계하자 내 기분은 더 자주 평온해졌고, 감정의 기복도 줄었다.

충동구매 후의 죄책감은 사라졌고, 정리된 공간 덕분에 생각이 더 명료해졌다.
또한 ‘나를 위한 조용한 시간’이 늘어나면서 기록 습관도 자리 잡게 되었고, 작지만 지속 가능한 루틴이 쌓였다.

이 모든 건 책이 내게 던진 질문 하나에서 시작됐다.
“지금 이 행동은 정말 나를 위한 것인가?”



나는 예전엔 소비가 내 스트레스 해소 도구라고 생각했다.
지르고 나면 안심이 되었고, 새 물건이 삶을 바꿔줄 거라 믿었다.
하지만 지금은 안다. 삶을 바꾸는 건 소비가 아니라, 선택의 기준이다.
그리고 그 기준은 책이 가르쳐줬다.

📚 독서는 단지 지식을 넘는, ‘생활과 감정의 구조를 바꾸는 설계 도구’였다.


지금 당신이 읽는 책 한 권이 내일의 소비와 감정, 공간을 바꿀 수도 있다.
그러니 오늘도 물어보자.

“지금 이 소비는, 나를 더 자유롭게 해주는가?”